국내 은행의 디지털자산 수탁

이전 포스팅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자본시장법이 신탁업자가 수탁할 수 있는 재산의 범위를 1. 금전, 2. 증권, 3. 금전채권, 4. 동산, 5. 부동산, 6. 지상권, 전세권, 부동산임차권,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청구권, 그 밖의 부동산 관련 권리, 7. 무체재산권(지식재산권을 포함한다)으로 한정했기 때문에(자본시장법 제103조 제1항), 국내에서 신탁회사가 암호화폐를 수탁받기 위해서는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이 ‘금전’ 내지 ‘무체재산권’에 해당하여야 한다.

그런 이유로 신탁업 인가를 받은 은행도 암호화폐 수탁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에 따르면, 이 같은 법령의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국내 은행들은 블록체인 업체들과 별도의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이 합작회사가 암호화폐 수탁 업무를 하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제103조 제1항은 신탁을 업으로 하는 모든 신탁업자에 적용되는 법령이므로, 아무리 합작회사라고 하더라도 신탁을 업으로 한다면 자본시장법 제103조 제1항이 그대로 적용된다.

결국, 현행법상 암호화폐 수탁은-별도의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가능한 것이 아니라-암화화폐의 법적 성격을 ‘금전’으로 파악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리고 이처럼 암호화폐를 ‘금전’으로 본다면, 굳이 합작회사로 하여금 암호화폐 수탁을 받도록 할 필요 없이, 은행이 직접 수탁하면 될 것이다. 합작회사들이 자본시장법에 따른 신탁업 인가를 받을 수고도 덜 수 있다.

비트코인의 신탁 가능성

최근 국회에 제출된 암호화폐 관련 법안에 대해 국회에서 암호화폐의 신탁에 대해서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http://www.coindesk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74420). 암호화폐 거래소가 도산하거나 다른 일반채권자들의 강제집행으로부터 거래소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신탁은 좋은 방법이다(신탁법 제22조 제1항).

다만, 신탁업자들에게 적용되는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암호화폐는 신탁이 가능한 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현행 법률로는 암호화폐의 신탁에는 어려움이 있다(금전은 신탁가능, 자본시장법 제103조 제1항).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암호화폐를 법적 성질을 금전으로 보고 것이고, 그 다음 방법으로는 자기신탁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으며(제3조 제1항 제3호, 거래소의 자기신탁 설정이 ‘업’으로 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 중에서 정부 당국은 암호화폐를 금전으로 보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어려움이 있고, 자본시장법 개정 역시 국회에서 암화화폐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아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자기신탁이 현재 상황에서 좋은 방안이라고 보이는데, 실무와 학계에서 아직 자기신탁 자체에 대한 충분한 연구는 부족한 듯 한다. 그리고 자기신탁의 경우, 위탁자인 거래소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가 없으면 사실상 활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주식 또는 채권은 ‘소유’할 수 있을까? 비트코인은?

권리는 소유할 수 있을까? 변호사 업무 중 주된 업무는 글(법률의견서, 소장, 준비서면, 계약서 등)을 쓰는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항상, 거의 매일같이 고민하는 표현이 있다. 그것은 ‘갑은 주식(또는 채권)을 소유하고 있다’는 표현이다.

우리 사법 체계에서 권리를 소유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자세한 논증은 향후 나의 논문 주제 중 하나로 남겨두고 여기서는 결론만을 말하고자 한다. ‘갑은 소유권(또는 물권)을 소유하고 있다’는 말이 부자연스러운 것과 마찬가지로 ‘갑은 주식(또는 채권)을 소유하고 있다’고 하면 틀린 표현인 것인다. 소유(권)의 객체는 물건에 한정되기 때문이다(민법 제211조).

따라서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갑은 주식(또는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물론, 이 ‘보유’라는 표현도 우리 법률 체계에서 어떠한 지위를 갖는지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이처럼 소유의 객체는 물건에 한정되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법상 ‘물건’에 해당하여야만 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