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사회적 합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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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에서 담배, 말린 생선, 쌀, 직물, 코코아 열매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에는 저마다 지급수단의 역할을 수행한 물품들이 있었다. 고대 바빌로니아인과 아시리아인은 보리를 사용했고 중세 노르웨이인은 버터를 사용했다. 중국인, 북아프리카인 및 지중해 상인들은 거대한 소금판을 교환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원시적인 형태의 지급수단은 기원전 12세기부터 동전으로 교체됐다. 그 후에 종이와 지폐가 등장했고, 이는 중국에서 실크로드를 따라 서양까지 퍼져나갔다. 20세기에 들어서자 신용카드와 전자 지급수단이 이전의 시스템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 프리마베라 드 필리피, 아론 파이트 저, 정승민, 유정환 외 3명 역, 코드가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 미래의 창, 2020, EPUB 135 –

어떤 요건을 갖추면 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법률에서 돈으로 정의하면 돈이라고 할 수 있는가? 짐바브웨이는 자국 법령으로 짐바브웨이 달러를 법정화폐로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국민들은 짐바브웨이 달러를 사용하지 않고, 미국 달러를 돈으로 사용했다(그러자 결국 짐바브웨이 정부도 법을 개정해서 법정화폐를 미국 달러로 변경한다). 짐바브웨이의 사례를 보면, 법에서 법정화폐로 지정했는지 여부는 돈이 갖춰야할 요건을 아님을 알 수 있다.

돈은 그 자체로 어떠한 내재가치를 가져야 하는가? 닉스의 금태환정책 폐기 이전에는 내재가치의 유무가 돈의 요소라고 할 여지도 있었다. 하지만 금태환정책 폐기 이후, 미국 정부는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주지 않는다. 미국 달러의 내재가치는 (그 액면금을 불문하고) 고작 ‘고급 종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재가치 유무가 돈의 요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돈은 사회적 합의다. 얍섬의 ‘스톤머니’ 사례는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만 있으면, 무거워서 소지할 수도 없고 그 자체로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는 ‘돌’이 돈이 될 수 있음을 실증해준다.

그렇다면 암호화폐가 돈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스톤머니’에서 본 바와 같이, 사회구성원들이 암호화폐를 돈으로 인식하고 사용하기 시작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한국은행법의 규정, 내재가치 유무 등은 암화화폐가 돈일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려 요소가 될 수 없다.

세상은 점점 디지털화 되어 가고 있어 현금의 사용이 줄어들고 있고, 몇 차례의 금융위기와 COVID19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통해 기존 화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사회구성원들이 암화화폐를 돈으로 합의하지는 않겠지만, 특히 비트코인과 같은 디플레이션 암화화폐는 점점 그 가치를 인정받고 사회구성원들 사이에서 돈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계속해서 제기되는 암호화폐의 증권성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임 및 현임 위원장은 계속해서 암호화폐가 미국 증권법상 등록의무가 있는 ‘증권(특히,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국내 자본시장법과 미국 증권법은 ‘증권’의 정의가 달라 미국 증권법에 대한 해석이 우리 자본시장법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으나, 미국 규제당국의 입장은 향후 우리 법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합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인 것 같고(대표적으로 아래 논문), 저 역시 같은 의견입니다.

저당 목적물이 멸실 후 물상대위도 하지 못한 경우, 저당권자의 설정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 가부(적극)

압류요건의 불비로 물상대위권을 상실한 저당권자의 지위에 관하여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8다17656 판결은 “저당권자(질권자를 포함한다)는 저당권(질권을 포함한다)의 목적이 된 물건의 멸실, 훼손 또는 공용징수로 인하여 저당목적물의 소유자가 받을 저당목적물에 갈음하는 금전 기타 물건에 대하여 물상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다만 그 지급 또는 인도 전에 이를 압류하여야 하며( ‘민법’ 제370조, 제342조), 저당권자가 위 금전 또는 물건의 인도청구권을 압류하기 전에 저당물의 소유자가 그 인도청구권에 기하여 금전 등을 수령한 경우에는 저당권자는 더 이상 물상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저당권자는 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 저당목적물의 교환가치를 지배하고 있다가 저당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되는 반면에, 저당목적물의 소유자는 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 저당권자에게 저당목적물의 교환가치를 양보하여야 할 지위에 있다가 마치 그러한 저당권의 부담이 없었던 것과 같은 상태에서의 대가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그 수령한 금액 가운데 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한도로 하는 피담보채권액의 범위 내에서는 이득을 얻게 된다 할 것이다. 저당목적물 소유자가 얻은 위와 같은 이익은 저당권자의 손실로 인한 것으로서 인과관계가 있을 뿐 아니라, 공평 관념에 위배되는 재산적 가치의 이동이 있는 경우 수익자로부터 그 이득을 되돌려받아 손실자와의 사이에 재산상태의 조정을 꾀하는 부당이득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이익을 소유권자에게 종국적으로 귀속시키는 것은 저당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공평의 관념에 위배되어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저당목적물 소유자는 저당권자에게 이를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75. 4. 8. 선고 73다29 판결 참조).” 고 판시하였다.

그렇다면 위 판례가 인정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는 우선변제권이 있는 것인가? 물상대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당연히 우선변제권이 없다.

이처럼 우선변제권이 없다면 피보전채권에 추가해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인정되어야 하는 필요성은 무엇인가?

판례의 법리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저당권설정자에게 청구하여 변제받으면, 원래의 피담보채권액도 변제되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인가? “저당권자는 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 저당목적물의 교환가치를 지배하고 있다가 저당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된다고 하였는데, 이는 독립된 물권에 대한 침해에 따른 손해로서 그 손해배상액이 변제되었다고 하여, 피담보채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렇다면 저당권자는 (채무자의 자력이 충분하다면) 피담보채권액 100원 + 저당권의 채권최고액 130원을 한도로 하는 피담보채권액인 100원 = 합계 200원이라는 100% 수익률을 달성하게 되는 것인가?

아니면 저당권은 원래 피담보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저당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수령하면 그러서 저당권의 경제적 목적은 달성하는 것이고, 그로써 피담보채권도 만족을 얻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법리’ 구성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참고로, 위 대법원 판결과 대법원 1975. 4. 8. 선고 73다29 판결의 원심들은 모두 저당권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내 은행의 디지털자산 수탁

이전 포스팅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자본시장법이 신탁업자가 수탁할 수 있는 재산의 범위를 1. 금전, 2. 증권, 3. 금전채권, 4. 동산, 5. 부동산, 6. 지상권, 전세권, 부동산임차권,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청구권, 그 밖의 부동산 관련 권리, 7. 무체재산권(지식재산권을 포함한다)으로 한정했기 때문에(자본시장법 제103조 제1항), 국내에서 신탁회사가 암호화폐를 수탁받기 위해서는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이 ‘금전’ 내지 ‘무체재산권’에 해당하여야 한다.

그런 이유로 신탁업 인가를 받은 은행도 암호화폐 수탁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에 따르면, 이 같은 법령의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국내 은행들은 블록체인 업체들과 별도의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이 합작회사가 암호화폐 수탁 업무를 하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제103조 제1항은 신탁을 업으로 하는 모든 신탁업자에 적용되는 법령이므로, 아무리 합작회사라고 하더라도 신탁을 업으로 한다면 자본시장법 제103조 제1항이 그대로 적용된다.

결국, 현행법상 암호화폐 수탁은-별도의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가능한 것이 아니라-암화화폐의 법적 성격을 ‘금전’으로 파악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리고 이처럼 암호화폐를 ‘금전’으로 본다면, 굳이 합작회사로 하여금 암호화폐 수탁을 받도록 할 필요 없이, 은행이 직접 수탁하면 될 것이다. 합작회사들이 자본시장법에 따른 신탁업 인가를 받을 수고도 덜 수 있다.

비트코인의 신탁 가능성

최근 국회에 제출된 암호화폐 관련 법안에 대해 국회에서 암호화폐의 신탁에 대해서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http://www.coindesk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74420). 암호화폐 거래소가 도산하거나 다른 일반채권자들의 강제집행으로부터 거래소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신탁은 좋은 방법이다(신탁법 제22조 제1항).

다만, 신탁업자들에게 적용되는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암호화폐는 신탁이 가능한 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현행 법률로는 암호화폐의 신탁에는 어려움이 있다(금전은 신탁가능, 자본시장법 제103조 제1항).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암호화폐를 법적 성질을 금전으로 보고 것이고, 그 다음 방법으로는 자기신탁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으며(제3조 제1항 제3호, 거래소의 자기신탁 설정이 ‘업’으로 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 중에서 정부 당국은 암호화폐를 금전으로 보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어려움이 있고, 자본시장법 개정 역시 국회에서 암화화폐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아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자기신탁이 현재 상황에서 좋은 방안이라고 보이는데, 실무와 학계에서 아직 자기신탁 자체에 대한 충분한 연구는 부족한 듯 한다. 그리고 자기신탁의 경우, 위탁자인 거래소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가 없으면 사실상 활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